
반도체 프로젝트의 성공이 전남·광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기회라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80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현실화된다면 지역 산업과 일자리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반대하거나 육성을 소홀히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반도체가 중요하다고 해서 의료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남 서부권의 의료 문제는 산업 유치와 우선순위를 놓고 경쟁할 사안이 아니다.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를 확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다시 건설할 수 있지만,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되돌릴 수 없다.
국립의대 유치 역시 단순한 지역 현안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전남의 현실을 개선하고, 지역에서 의료 인력을 양성해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절박한 과제다.
더욱이 반도체 프로젝트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중심으로 추진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이 광주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 산업은 전남에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가.
전남은 산업용수와 에너지, 각종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환경적·지역적 부담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와 일자리, 기업 및 연구개발, 인재 양성의 효과가 전남 전역으로 어떻게 확산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광주만 성장하고 전남이 주변부에 머문다면, 이를 통합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통합의 진정한 가치는 광주에 대형 사업 하나를 유치하는 데 있지 않다. 광주와 전남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반도체 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국립의대도 유치해야 한다.
농업과 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의료·교통·교육 등 전남의 생활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통합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전남 서부권 주민들에게 “반도체가 더 중요하니 의료 문제는 뒤로 미루자”고 말할 수는 없다.
산업의 미래도 중요하고 주민의 생명도 중요하다.
전남·광주 통합이 진정한 통합이라면 광주의 산업 경쟁력과 전남의 생활 기반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프로젝트의 성공만으로 통합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 아니라, 광주와 전남 어느 지역에 거주하든 더 나은 일자리와 의료, 교육과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통합의 진정한 가치여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그러나 전남의 미래와 주민의 삶도 놓치지 말자.
광주의 성장과 전남의 생존을 맞바꾸는 통합이어서는 안 된다.